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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덕진 희연요양병원 이사장 “간병 문제, 돈 아닌 문화로 해결해야”

작성자
만성기
작성일
2020-12-02 15:50
조회
524

코로나19 이후 ‘화학적 구속’ 늘어…김 이사장 “간호 편의 우선되는 요양병원 문화 아쉬워”

[일요신문] 요양병원의 열악한 간병 환경 문제가 매해 지적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그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좁은 공간에 많은 환자를 모아뒀던 해뜨락요양병원에선 간호조무사가 확진되자 환자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최근 KBS가 보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 요양병원 1446개의 향정신병제 처방이 평균 7.3%가량 늘었다. 보호자 면회가 제한된 틈에 의료진은 환자를 잠재운 셈이다. 이른바 ‘화학적 구속’이다. 요양병원에 환자를 둔 가족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또 한 자세로 오래 누워 있으면 생기는 욕창, 손발을 묶는 결박 등은 요양병원에서 발생하는 고질적 문제다. 이에 “낮은 수가 탓에 의료 인력을 부족하게 쓸 수밖에 없어 벌어지는 일”이라는 요양병원 관계자들의 변명이 항상 뒤따른다. 그렇다면 재정적 여유가 뒷받침되면 요양병원의 환경은 변할까. 10월 12일 만난 김덕진 창원 희연요양병원 이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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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경남 창원 희연요양병원에서 만난 김덕진 이사장은 요양병원의 열악한 간병 문제에 관해 “의료진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화학적 구속’이든 ‘물리적 구속’이든 ‘언어적 구속’ 같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결국 편한 간호를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희연요양병원 제공


김덕진 이사장은 2019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품질명장협회의 ‘명예명장’ 증서를 받아 의료계 첫 명장이 됐다. 김 이사장은 “사람을 많이 투입할수록 서비스 질이 상승된다는 그 어떤 연구결과도 본 적 없다. 적정 인력이 중요하다. 요양병원에 적용되는 수가 체계가 상향 조정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가를 높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화학적 구속’이든 ‘물리적 구속’이든 ‘언어적 구속’ 같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결국 편한 간호를 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희연병원에선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는 일은 간호사 포함한 의료진의 수치로 여긴다. 여기선 누군가를 결박하면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 문화가 그렇다”며 “돈이 아니라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높은 이상을 가진 리더가 자신의 철학을 구성원에게 심어주고, 그에 맞는 보상과 최고라는 자긍심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덕진 이사장은 1996년 경남 창원에 희연요양병원을 세웠다. 그 이전 부곡온천병원이라는 250병상의 초기 요양병원을 세웠다가 2년 만에 쫄딱 망한 뒤였다. 당시 부채가 60억 원에 달했다. 그때만 해도 김 이사장의 목적은 돈이었다. 그가 마음을 바꿔 먹은 건 일본인인 하마무라 하빌리테이션병원 원장과 결연을 맺으면서다. 

하마무라 아키노리 원장이 내세운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감동한 그는 병원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노인복지와 의료에 모든 것을 바치고자 다짐했다. 그래서인지 건물 6층부터 지하 2층까지 사용하는 희연요양병원 곳곳엔 하마무라의 말과 글이 새겨져 있다. 지하 2층엔 하마무라 기념 홀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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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첫 명장 타이틀은 받은 김덕진 희연요양병원 이사장이 병원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병원의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희연요양병원 제공

“돈을 쫓을 땐 돈이 달아나더니 내가 믿는 이상을 추구하다 보니까 돈은 저절로 따라오더라. 우리 병원은 모든 걸 환자 중심에서 생각한다. 환자 손발을 묶는 건 그 사람 인생을 구속하는 것과 같다. 우리 병원에서 결박은 없다. 이를 실현하려면 당연히 의료진이 힘들다. 초기엔 못 버티고 많이들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무엇이 옳은 길이냐를 두고 토론하고 공부하고 수정하면서 비로소 문화가 정착됐다. 초반 3년 정도 걸렸다. 지금도 종합병원에서 일하다가 좀 편하게 지내려고 오는 사람은 받질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오면 어차피 버틸 수가 없다. 의료진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사람인 이유도 체력이 안 되면 업무 강도를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다.” 

희연병원의 재활치료 인력만 170여 명이다. 의료진은 10개 팀으로 나뉘고 한 팀은 간호·조무·물리치료·언어치료·작업치료·치위생·영양·복지·간병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구성된다. 작은 병원과 같은 한 팀이 환자의 특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맞춤 치료를 하는 셈이다. 이에 희연병원에 입원한 급성기 재활환자 84%가량이 평균 57일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 

희연병원 의료진으로 일하는 건 말처럼 쉽진 않다. 보통 요양병원에선 간병인이 환자를 재활치료실로 데려오는 것과 달리 희연병원에선 재활치료사가 직접 환자를 데려와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면서부터 치료가 시작되는 셈이다. 재활치료 시간 30분을 보장하기 위해 각 환자 당 치료 시간을 5분씩 늘렸다. 간호 인력은 환자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게 최소 두 시간에 한 번은 환자 체위를 바꿔줘야 하고, 치매 병동에서도 “안 된다”, “하지 마”라는 말은 금물이다. 임상영양사들로 구성된 팀이 따로 있어, 환자의 입맛에 맞게 개별 식단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먹어야 낫는다는 김 이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지점이다. 환자들이 식사를 할 땐 모두가 마주볼 수 있도록 복도에 나오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침대에 있는 환자도 예외는 없다. 환자의 정서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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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병동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처럼 탁 트인 시야가 가장 눈에 띈다. 병실을 양쪽으로 밀어두고 가운데에 재활치료실과 의료진 사무 공간을 뒀다.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환자들의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배치다. 사진=희연요양병원 제공

의료진이 힘든 만큼 환자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 병원 시설도 환자를 세심하게 배려해 완비돼 있다. 재활병동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넓은 운동장처럼 탁 트인 시야가 눈에 띈다. 병실을 양쪽으로 밀어두고 가운데에 재활치료실과 의료진 사무 공간을 뒀다.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환자들의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배치다. 로봇재활 치료 공간도 따로 있을 정도다. 

휠체어에 앉아 사용할 수 있는 높이의 세면대는 아래쪽엔 손을 걸 수 있는 홈을 만들어 뒀다. 홈에 손을 걸어 휠체어에 앉은 환자가 스스로 세면대에 다가서거나 물러설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번에 4시간에서 8시간 걸리는 투석이 필요한 환자를 위해선 스위스에서 1000만 원에 달하는 침대형 의자를 따로 공수해왔다. 이때 장시간 누워서 지겨움을 견뎌야 하는 환자가 창밖을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배치해뒀다. 

김덕진 이사장은 “대부분 투석실은 환자가 간호사를 보게 돼 있다. 간호사의 간호 편의를 위한 것이다. 창밖으로 보게 하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환자에겐 크게 다가간다. 지옥 같은 치료 시간이 사색을 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라며 “비싸지만 로봇 재활 치료기 등을 수입해 완비해둔다. 환자를 위해서긴 하지만, 의료진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희연병원은 4인실이 원칙이다. 아직 6인실도 있지만 모든 병실을 4인실로 바꾸는 과정에 있다. 간호와 간병의 통합을 추구하며 간병인을 최소화했다. 간호 인력 가운데 간호사가 3분의 2가 넘는다. 간호사가 간호와 간병을 함께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을 비롯해 대부분 병원에서 개인이 간병인을 따로 둔다. 간병인은 따로 자격이 필요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진다. 동시에 현행법이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김덕진 이사장은 4인실을 추구하는 이유를 두고 “6인실엔 나도 있기가 싫다. 사람 사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4인실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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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재활병동(치매병동) 전경. 환자들이 식사를 할 땐 모두가 마주볼 수 있도록 복도에 나오게 하는 것도 특징이다. 침대에 있는 환자도 예외는 없다. 환자의 정서적 고립을 막기 위해서다. 사진=희연요양병원 제공

치매병동에 있는 꽃병은 김덕진 이사장의 자랑이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환자들이 모여 있는 치매병동에 깨지기 쉬운 꽃병을 두는 건 드문 일이다. “안 돼”, “하지 마” 등의 말을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희연병원 치매병동에서 꽃병은 7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환자 맞춤형 케어다. 예를 들어 손녀에 대한 애착이 강한 치매 환자에겐 손녀로 여길 수 있는 인형을 품에 안겨 준다. 손녀를 품에 안은 환자는 흥분하는 일이 없다. 향정신성 마약류 사용은 극히 드물다. 약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마 뱃속을 형상화한 방을 따로 만들어 두기도 했다. 흥분한 환자를 특수 제작된 물침대 위에 앉게 한 뒤 진정시킨다. 

희연병원엔 ‘돈이 안 되는 공간’이 많다. 대표적으로 ‘메모리얼홀’이다. 이 공간은 사망한 환자를 잠시 모셔두는 곳이다. 한쪽 벽면엔 12개의 별이 떠 있다. 12라는 완성 수를 써서 삶을 완성한 이가 편히 쉬라는 뜻을 담았다. 사망한 환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다른 환자를 배려한 일이기도 하다. 희연병원은 20병상의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모든 병상이 1인실로 돼 있다. 삶을 정리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차분히 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도 있다. 샤워실 외부엔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샤워실은 학대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마이크가 내부에 있어 체벌이 있다면 외부에서 금방 알 수 있다. 

김덕진 이사장은 “이런 공간들은 다 내 철학이 반영된 곳이다. 당장의 돈은 안 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자기도 모르는 새에 내 철학인 스며든다. 그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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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재활병동(치매병동)에 있는 꽃병은 김덕진 이사장의 자랑이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환자들이 모여 있는 치매병동에 깨지기 쉬운 꽃병을 두는 건 드문 일이다. 꽃병은 7년째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환자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직원의 만족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김덕진 이사장은 희연병원 의료진에게 서울의 대학병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한다. 돈을 많이 준다고 능률이 오르진 않는다. 휴게시설, 그 곳에 들어가는 에어드레서, 안마의자, 재활형 피트니트센터, 직장어린이집 등도 마련해뒀다. 

김덕진 이사장은 “신입 직원이 들어오면 이틀 동안 내가 직접 병원 라운딩을 시킨다.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이고 왜 만들었고, 왜 이렇게 인테리어 했는지 등을 알려준다. 또 명절 때 선물도 잊지 않는다. 안마의자 같은 걸 두는 재롱도 부린다. 최고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선 직원들에게 일차적 보상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해 평균 전국의 의료진을 포함해 국회의원, 정부 부처 관계자 1300여 명이 희연병원을 방문한다. 희연병원의 모범 사례를 배우고 적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쉽진 않다. 

“견학 오는 사람들에게 재무 자료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돌아가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혼자서 전체 문화를 바꿀 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요양 병원은 과거 돈이 된다고 해서 뛰어든 사람들이 만든 경향이 있다. 안타깝다. 옳은 의료를 하면 손해 볼 것도 없다. 나도 안 망하고 오히려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다. 물론 정부가 호텔 같은 노인의료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여인숙 숙박비 같은 비용을 지급하는 실정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도 충분히 옳은 의료를 할 수 있다. 옳은 것은 언제나 옳다. 요양병원이 상향평준화 되고 요양병원 의료진이 존경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창원=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